[우먼타임스 비즈온팀 이동훈 기자] 현대상선이 용선료(해외 선주에게 배를 빌리는 가격) 인하를 두고 난항을 겪어온 해외선주와의 협상에 있어 상당한 진척을 이룬 만큼 자구책 마련에 있어 최대 걸림돌이던 채무재조정에 대한 동의를 사채권자(투자자)들로 부터 얻어낼 가능성이 높아졌다.
30일 현대상선은 현재 진행 중인 용선료 협상과 관련해 “빠른 시일 내 합의에 도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해외 선주 22곳과 용선료 인하 협상을 진행한 결과, 용선료 조정에 대한 상당한 진척을 이뤘으며 조속한 시일 내 합의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러브즈뷰티>가 만난 현대상선 관계자도 “용선료를 몇프로 인하하기로 했는지 등 구체적인 사안을 알려줄 수는 없지만, 해외선주들이 용선료인하에 대해서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내 협상도 막바지에 이르렀다”고 확인해줬다.
현대상선의 용선료인하에 있어 주요 협상대상은 용선료의 70%가 집중된 컨테이너선 선주 다섯 곳이었다. 이중 용선료 인하에 가장 비협조적이던 곳은 영국의 조디악과 싱가포르 EPS 등이었다. 조디악은 현대상선의 용선료를 낮추면 도미노 식으로 다른 해운사들도 용선료 인하를 요구해 올 것을 우려해 완강한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정부는 용선료 인하 실패시 현대상선의 법정관리를 신청하겠다며 해외선주들을 압박했다. 한국 정부의 주장처럼 대한해운이 2011년 1월 25일 법정관리를 신청했을 때, 미국 골드오션 등 해외선주들은 2조원 규모의 용선료중 3%만 법정으로부터 인정받았을 뿐이다. 그결과 대한해운의 주요 용선주 중 하나던 미국 이글벌커는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상장폐지됐으며 법정관리에 들어갔는 회사도 나오는 등 해외선주들도 큰 손해를 보았다.
이런 사례를 의식한 해외선주들이 현대상선의 용선료 인하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사채권자들도 채무재조정에 대해 동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대상선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이와같은 결과를 갖고 오는 31일과 내달 1일 열리는 현대상선 사채권자 집회에서 채무재조정의 동참과 협조를 이끌어낸다는 방침이다.
사채권자들도 현대상선이 청산 수순으로 들어가면 손해가 커진다는 인식을 하고 있는 만큼 용선료 협상에서 진척이 이뤄졌음을 설명하고, 조건부로 채무재조정에 돌입하는 ‘양보’를 구할 수 있다는 것이 산업은행의 계산이다. 용선료 협상이 채 마무리 되지 않았지만 투자자들이 채무 재조정에 동의해 현대상선의 부담을 덜어줄 것이라는 얘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주채권 은행인 산업은행이 채무재조정에 동의하는 것이 확실하고 나머지도 신협, 새마을금고 등 기관투자자들이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런 추세라면 6월경이면 용선료 인하에 대한 최종적인 협상 결과도 나올 것 같다”고 전망했다.